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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팀 역사

바이에른 뮌헨의 역사를 알아보자 제 4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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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지플릭 시대 !!

 

코바치의 사퇴 이후 뮌헨은 부랴부랴 새 감독을 찾기 시작했다. 17/18 시즌에 안첼로티가 떠나며 비슷한 상황에 놓였었지만, 그 때는 다행히 하인케스가 소방수로 와 새 감독을 찾을 시간을 벌어주었다. 하지만 하인케스가 완전히 은퇴를 선언한 이번에는 소방수로 부를 수도 없었고, 아직 시즌 초중반이라 마땅한 감독 매물도 없었다. 끽해야 아약스에서 잘만 감독하고 있는 에릭 텐하흐나 야인이자 뮌헨의 동네북 아르센 벵거 등의 이름이 거론되었을 정도.

일단 수뇌부는 급한 불 끈다는 마음으로 수석코치인 한지 플릭을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플릭 체제의 첫 경기인 챔피언스리그 올림피아코스전은 2대0으로 무난히 이겼지만, 하필이면 바로 다음 경기인 리그 데뷔전 상대가 도르트문트였다. 아무리 홈경기라지만 불과 1주일 전에 완패를 당했던 뮌헨이었고, 감독 교체로 인해 분위기가 아직 어수선해서 크게 기대하는 팬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플릭은 많고 많은 우려를 비웃든 180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도르트문트를 무려 4대0으로 격침했다. 코바치 휘하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강도 높고 체계적인 압박,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 전개 등 뮌헨다운 경기력을 이식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는데 성공했다. 이어 뒤셀도르프 원정에서도 4대0 승리를 거두었고, 챔피언스리그 즈베즈다전에서는 레반도프스키의 4골을 앞세워 6대0 대승을 거두며 순항했다.

하지만 레버쿠젠전에서 1대2로 패하며 주춤했고, 지옥의 묀헨글라드바흐 원정에서도 똑같은 점수로 패해 리그 순위가 무려 7위로 떨어졌다.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못 따는 7위로 추락한 뮌헨은 짧은 시간만에 또 위기에 빠졌다.

허나 뮌헨의 위기는 여기까지였다. 브레멘, 프라이부르크, 볼프스부르크 3연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리그 순위를 일단 3위까지 끌어올렸다.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토트넘을 3대1로 꺾어 조별예선 전승을 거둔 건 덤.

그리고 2020년 새해가 밝자 플릭호는 본격적으로 역대급 행보를 시작했다. 리그 후반기의 첫 세 경기에서 무려 12득점 1실점으로 분위기를 띄워 놓고, 라이프치히와 한 번 비기긴 했지만 이후 25라운드까지 또 연승을 거두며 리그 선두 자리에 올랐다. 이때까지 뮌헨의 기록은 무려 8경기 7승 1무 27득점 4실점. 이 기세를 이어가 포칼도 4강까지 진출했고,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3대0 원정승을 거두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포칼에서 호펜하임에게 3실점을 하거나, 리그에서 꼴찌 파더보른을 상대로 극장골로 간신히 이기는 등 위기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즌 초반의 불안불안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플릭은 좋은 성적에 힘입어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좋은 흐름을 갑작스레 깨뜨린 게 있었으니, 바로 코로나 19 사태였다. 전세계를 마비시킨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경기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었고, 시즌이 아예 취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 시즌이 끊긴지 두 달만에 재개가 확정되었고, 플릭호는 재정비를 해 우니온 베를린 원정을 시작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우니온을 2대0으로 꺾고 산뜻하게 출발한 플릭의 뮌헨은 자신들에게 대굴욕을 안겼던 프랑크푸르트를 5대2로 이겨 복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인 도르트문트와의 리턴매치이자 사실상의 우승 결정전에서는 미친 압박과 체력, 그리고 수비를 앞세워 1대0으로 이기며 2위와의 승점차를 7점으로 벌렸다. 더 무서운 건 이렇게 체력 소모가 심했는데도 며칠 뒤에 열린 뒤셀도르프전에서 5대0 완승을 거두었다.

그렇게 찾아온 사실상 마지막 고비. 플릭에게 2연패를 안겼던 레버쿠젠-글라드바흐 2연전과 그 사이에 낀 프랑크푸르트와의 포칼 4강전. 시즌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1주일이었다. 하지만 좋은 흐름이 깨질 리 만무했던 뮌헨은 레버쿠젠 원정에서 4대2 승, 프랑크푸르트와의 포칼 준결승에서 2대1 승, 그리고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는 경고 누적으로 인한 공백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2대1 승리를 거두어 리그와 포칼 우승까지 각각 1승씩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브레멘 원정에서 1대0 승리를 거두어 리그 종료를 두 경기 남겨놓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포칼에서도 레버쿠젠을 무난히 4대2로 꺾으며 더블 까지 달성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리그 우승도 불가능해 보이던 팀이 감독 교체 후 더블을 넘어 트레블까지 노리고 있던 것이다.

이제 남은 한 대회는 챔피언스리그. 코로나 때문에 남은 16강 일정이 종료된 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버리고 8월에 중립 장소(리스본)에서 미니 토너먼트를 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플릭호는 우선 첼시와의 16강 2차전에서는 4대1 완승을 거두어 8강행을 손쉽게 확정짓고 리스본으로 향했다. 8강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바르셀로나. 리스본 토너먼트 최고의 빅매치라서 양 팀의 팬들 뿐만 아니라 중립팬들도 명승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뮌헨은 바르셀로나를 무려 8대2로 영혼까지 털어버리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2013년 하인케스의 뮌헨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거둔 7대0 합산 스코어보다 더 충격적인 결과라고 해도 무방했다. 단판이었기에 망정이지 2차전까지 있었으면 얼마나 더 처참히 털었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그렇게 유유히 4강에 진출한 뮌헨은 복병 올림피크 리옹을 상대로 살짝 고전했으나 3대0으로 이겨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다. 이제 트레블까지 단 1승. 상대는 똑같이 트레블을 노리고 있던 토마스 투헬의 파리 생제르맹이었다.

그리고 플릭의 뮌헨은 파리를 1대0으로 꺾고 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까지 우승, 역사적인 두번째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다! 이로써 플릭은 망할 뻔한 시즌을 손수 뜯어고쳐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 중 하나로 바꿔놓았다. 팬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야말로 혜성 같은 플릭의 등장에 열광했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늘어놓았다. 2019/20 시즌은 그렇게 최고의 결과와 함께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완벽할 것만 같았던 플릭 체제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건 20/21 시즌을 준비하면서였다. 선수 보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보드진의 답답한 행보에 플릭과 팬들은 점차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고, 결국 큰 보강은 못한 채 3주의 짧은 휴식기를 뒤로 하고 바로 다음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지지부진한 선수 영입에도 뮌헨은 개막전부터 샬케를 8대0으로 이기며 산뜻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UEFA 슈퍼컵과 DFL 슈퍼컵을 모두 우승하며 5관왕 달성에 성공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흐름은 이어져 강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4대0으로 완파했다. 11월 들어 코로나 때문에 빡빡해진 일정으로 인해 선수단의 체력이 떨어져 뜬금무를 몇 번 거두긴 했으나, 어쨌든 뚝심으로 연말까지 꾸역꾸역 승점을 쌓아갔고, 레버쿠젠 원정에서 2대1 극장승을 거두며 역사적인 한 해를 마무리했다.

2021년 1월에는 위기를 겪었는데, 글라드바흐 원정에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데 이어 포칼 32강전에서 2부 리그의 홀슈타인 킬에게 승부차기로 패하는 대굴욕을 당했다. 플릭 체제 최악의 흑역사로 남은 패배였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리그에서 5연승을 거두어 다시 정상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2월에는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클럽월드컵에 참가했다. 그리고 클럽월드컵까지 우승해버리며 유럽 축구 역사상 유이한 전관왕을 달성했다.[77] 지난 시즌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는 뮌헨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역사를 쓰며 플릭의 위상은 더더욱 높아져만 갔다. 이후에 또 체력으로 인해 리그에서 1무 1패로 부진했지만, 또다시 절치부심하고 리그에서 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지켰고,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라치오를 합계 6대2로 꺾고 8강에 올랐다.

그러나 4월부터 본격적으로 팀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플릭과 하산 살리하미지치 단장이 팀 내에서 가지는 권한과 영향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게 점차 심해지며 언론들까지 떠들어댔고, 보드진과 감독 간의 불화설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사실 상술했듯 여름 이적시장부터 선수 영입 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이제 아예 감독의 권한까지 단장에게 뺏길 위기에 처하자 갈등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럽의 어떤 팀보다 더 미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뮌헨의 선수단은 마침내 완전히 퍼져버렸다. 주전 선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부상으로 몸져누웠고, 팀 내외적으로 어둠이 드리웠다. 4월의 시작은 리그 2위 라이프치히를 1대0으로 이기며 괜찮았지만,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파리 생제르맹을 상대로 2대3으로 졌고, 리그에서도 우니온 베를린을 상대로 무승부에 그치며 흐름이 끊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부상자들은 늘어가기만 해 8강 2차전을 앞두고 벤치는 커녕 선발 11명도 간신히 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플릭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릭호는 파리 원정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 1대0으로 이겼지만, 원정 다득점으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음 경기인 볼프스부르크 원정에서 3대2로 이기며 리그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허나 이 와중에도 플릭과 살리하미지치 단장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고, 보드진 역시 중립을 유지하거나 살리하미지치의 손을 들어주며 플릭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참다 못한 플릭은 볼프스부르크전이 끝난 직후 시즌이 끝나고 팀을 떠날 거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소식을 접한 뮌헨 팬들은 단체로 뒷목을 잡았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관왕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플릭을 무시하고 무능한 단장의 편을 드는 구단 수뇌부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안 그래도 여론이 안 좋았던 살리하미지치의 인기 역시 폭락했다. 구단의 정치 싸움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탈락으로 팀 분위기가 완전히 개판 오분전으로 돌아가자 기껏 잘 싸워오던 시즌이 막판에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 플릭은 사적인 감정은 잠시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리그 일정에만 집중했다. 31라운드에서 마인츠를 상대로 졸전 끝에 1대2로 패하긴 했으나,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뮌헨이 경기를 치르기도 전에 라이프치히가 도르트문트에게 패하며 분데스리가 우승이 확정되었다. 결국 플릭은 팀에게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하나 안겨주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경기인 아우크스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5대2 완승을 거두며 뮌헨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플릭 체제는 이렇게 화려한 발자취와 7개의 우승컵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17. 율리안 니겔스만 시대 ..

 

한지 플릭 감독 사임 후 독일의 가장 유망한 젊은 감독인 율리안 나겔스만이 선임되었다. 아무래도 전임자의 성적이 워낙 역대급인지라 기대치가 높아진 뮌헨의 팬들은 나겔스만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냈지만, 플릭을 내보낼 거면 차선책으로 나겔스만만한 매물이 없던지라 선임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21/22 시즌 전반기까지만 해도 나겔스만의 선임은 대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그에서는 승점을 고작 세 번 잃으며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국 2위 도르트문트와 승점 9점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특히 요주아 키미히가 코로나 여파로 거의 두 달 가까이 결장했고 레온 고레츠카 역시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전반기를 잘 마쳤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바르셀로나, 벤피카, 그리고 디나모 키이우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거두며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다만 포칼에서는 묀헨글라드바흐에게 무려 5대0으로 완패하며 일찌감치 탈락하는 흑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 때는 나겔스만이 코로나 양성으로 인해 감독 자리에 아예 앉지를 못했었고, 그것 외에 거둔 성적은 좋아서 그냥 넘어가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이 흐름이 이어졌다면 좋았을 것을...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갑자기 1군 선수단의 절반 가까이가 코로나에 걸리는 날벼락을 맞았다. 결국 몇 안 남은 1군 선수들과 유망주 위주로 울며 겨자먹기로 스쿼드를 짰지만, 천적 글라드바흐에게 패하며 후반기를 찝찝하게 시작했다. 다행이 이내 많은 선수들이 복귀하며 쾰른, 헤르타, 그리고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리그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허나 승격팀 VfL 보훔에게 뜬금없이 4대2 완패를 당하며 좋은 흐름이 끊겼고, 리그 꼴찌 그로이터 퓌르트를 상대로 선제골까지 허용했다가 간신히(?) 역전승을 거두는 등 어수선한 흐름으로 바뀌었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레드불 잘츠부르크라는 수월한 대진을 받았지만, 원정 1차전에서 시종일관 전술적으로 밀리며 끌려갔고, 후반 막판에 코망의 동점골로 간신히 기사회생했다. 다행히 홈에서는 7대1로 이기며 8강에 진출했지만, 리그에서 2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주춤하기도 했다. 여기에 데이비스가 코로나로 인한 심근염으로 한동안 결장했고, 고레츠카도 부상 회복이 더뎌지자 나겔스만호의 흐름은 점차 망가져갔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해 잠깐 슬럼프를 겪는 거라고 믿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찾아온 운명의 4월. 국가대표 소집 후 첫 경기인 프라이부르크 원정에서는 4대1 대승을 거두며 시즌의 마지막 스퍼트를 산뜻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8강부터 본격적인 참사가 시작되었다. 한 수 아래라 여겨졌던 비야레알 CF를 만났지만, 1차전에서 나겔스만이 우나이 에메리에게 전술적으로 완패하며 역대급 졸전을 펼친 끝에 0대1로 패했다. 2차전 직전에 치른 아우크스부르크와의 리그 경기에서 분위기 반전도 제대로 못 하고 또 졸전 끝에 레반도프스키의 페널티골로 간신히 승리한 건 덤이다. 그래도 어쨌든 뮌헨은 뮌헨이었기에 2차전에서 역전에 성공할 거라 믿은 팬들도 그때까지는 많았지만...

결국 천하의 바이에른 뮌헨이 홈에서 비야레알을 상대로 1대1 무승부에 그치며 8강에서 탈락해버렸다. 전술적인 면에서 아주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비야레알의 통곡의 벽에 막혀 슈팅 23개를 퍼부은 끝에 1점 밖에 내지 못했고, 후반 막판에 역습으로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장렬히 탈락했다. 이 패배에 팬들의 인내심이 끝끝내 바닥나 나겔스만을 쉴드쳐주던 여론은 대부분 사라져버렸고, 심지어 뮌헨의 흑역사로 평가받는 안첼로티와 코바치와 비교하며 빨리 나가라는 의견도 많아졌다. 게다가 감독 문제와 더불어 에이스 레반도프스키가 보드진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환멸을 느껴 재계약을 거부하고 이적을 요청하는 등 팀 분위기가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이에 팬들은 안 그래도 플릭의 사임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한 살리하미지치 단장과 보드진의 사퇴를 외치고 있다.

그나마 이어진 리그 빌레펠트전에서 3대0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살짝 추스렀고, 다음 경기인 도르트문트전에서 3대1 승리를 거두며 분데스리가 10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하긴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되며 남은 리그 3경기에서 1승도 못하고 시즌을 참 찜찜하게 끝내야 했다. 선수단의 동기부여가 완전히 떨어진 상태에서 나겔스만은 이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3연속 졸전 끝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믿음을 다 날려버렸다. 21/22 시즌은 그렇게 실망스러움만을 남기고 끝나버렸다. 리그 10연패를 달성한 건 물론 칭찬 받을 일이지만, 챔피언스리그와 포칼에서의 충격적인 탈락이 너무 임팩트가 컸고, 차기 시즌에는 니클라스 쥘레와 레반도프스키의 이탈, 만천하에 드러난 나겔스만의 부족한 능력과 경험, 그리고 팀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는 보드진의 3박자가 어우러져 역대급 대참사를 낼 거라는 관측도 보이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보드진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엄청난 현질을 했다. 리버풀의 에이스 사디오 마네와 유벤투스의 수비 선봉장 마테이스 더리흐트를 비롯해 아약스의 누사이르 마즈라위 라이언 흐라번베르흐 듀오와 프랑스의 특급 유망주 마티스 텔까지 데려왔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르셀 자비처 한 명만 산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였다. 이에 팬들은 드디어 보드진이 정신을 차렸냐며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새로운 무기들을 장전한 나겔스만호는 슈퍼컵에서 라이프치히를 꺾으며 시즌을 트로피와 함께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리그에서 3전 전승에 15득점 1실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최고의 흐름을 탔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 묀헨글라드바흐를 상대로 비기며 살짝 주춤하긴 했지만, 이건 골키퍼 얀 조머가 무려 19선방이라는 사기적인 활약을 펼쳤기에 그나마 정상참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어진 리그 3연전에서 2무 1패에 그치며 리그 4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망신살을 타야 했다. 당연히 나겔스만이 애써 잠재워놓은 민심은 또다시 폭발했으며, 감독 교체를 외치는 팬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레버쿠젠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잠깐 한숨 돌리나 했지만,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또 극장골을 먹으며 무승부를 거두어 나겔스만은 크나큰 위기에 봉착했다.

다행히 도르트문트전 이후로 급격한 상승세를 타며 모든 대회에서 10연승을 거두며 2022년을 마무리했다. 리그 선두를 탈환한 건 덤. 게다가 부진하는 와중에 챔피언스리그 성적만큼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바르셀로나, 인테르, 플젠이 속한 역대급 죽음의 조에 편성됐음에도 6경기 전승에 단 2실점밖에 하지 않는 등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월드컵 브레이크 이후로 나겔스만호는 또 침체기에 빠졌다. 원래 까다로운 라이프치히 원정에서 비긴 건 그렇다 치더라도, 쾰른과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졸전을 펼친 끝에 또 2무에 그치며 기껏 쌓았던 승점차를 다 깎아먹고 말았다. 게다가 챔스 16강 상대가 하필 월드컵 우승/준우승의 주역인 메시와 음바페가 버티고 있는 파리 생제르망으로 확정돼 팬들 사이에서는 대참사를 낳는 게 아니냐는 등 또 말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주장 노이어가 휴가 중 스키를 타다 다리 골절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되며 부랴부랴 조머를 수급해오는 등 바람 잘 날이 없던 뮌헨이었다.

그 이후의 행보는...솔직히 애매했다. 우선 가장 우려되었던 파리 생제르망과의 2연전은 거의 흠 잡을 데 없는 전술과 선수 운용으로 원정에서 1대0, 홈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며 그 메시와 음바페를 무득점으로 묶어놓고 8강에 올랐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또 뜬금없이 승점을 떨구며 리그 우승에 노란불이 켜지기도 했다. 게다가 팀 내적으로도 말이 많아졌는데, 10년 넘게 팀의 골키퍼 코치를 맡고 있던 토니 타팔로비치를 뜬금없이 해고해버리는 바람에 타팔로비치의 절친이었던 노이어가 격노하며 언론에 자신의 불만을 떠들고 다녔던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 자체는 파리전 승리에 묻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래도 팀이 알게 모르게 흔들리고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화룡점정으로 초짜 감독 샤비 알론소에게 전술 싸움에서 완패하고 레버쿠젠 원정에서 지며 리그 선두 자리도 도르트문트에게 내주었다. 또한 힘들게 올라간 챔스 8강에서는 최악의 상대인 맨체스터 시티를 만나는 바람에 불안감은 더더욱 고조되어만 갔다. 그러나 보드진이 시즌 내내 나겔스만에 대한 믿음을 천명한 만큼 이번에도 위기를 타파하길 바라는 방법밖에 없는 듯했으나...

3월 A매치 기간 중에 엄청 뜬금없이 나겔스만이 경질되었다.

전혀 예고도 없던 경질 소식에 선수들과 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당연히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지어 타 팀의 감독과 선수들도 놀랐다고 할 정도니 얼마나 뜬금없는 결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 나겔스만이 리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건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챔스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었고, 무엇보다 보드진이 이 결정을 내리기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겔스만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었기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일단 보드진이 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시즌의 목표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엄청 틀린 말은 아닌 게, 시즌 초나 2023년 연초에 리그에서 조금만 더 좋은 행보를 보였다면 2위와 승점차를 넉넉히 벌려놓은 상태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컵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허나 무려 9점차짜리 리드를 뺏기고 선두까지 내줬으니 보드진 입장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낄 만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나겔스만이 펩 과르디올라를 상대로 얼마나 잘했을지는 애매하긴 하다. 보드진의 선택이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경질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다는 것. 자를 거면 충분히 더 일찍 자를 수도 있었음에도 계속 안 자르고 있다가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4월을 앞두고 갑자기 잘라버리고 새로운 감독 보고 팀을 재정비하라고 하는 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4년 전 시즌 중에 한지 플릭을 선임해서 역대급 결과를 낳긴 했으나, 그건 아직 시즌 초반의 일이었고, 그마저도 플릭은 이미 수석코치로 합류해있던 상황이라서 팀을 파악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번 사태는 당장 리그에서 도르트문트와의 죽음의 일전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의 2연전이 코앞인데 새로운 감독보고 여기서 성공을 거두라는 건 태풍을 앞에 둔 배의 선장을 갑자기 갈아치우고 잘 몰아보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나겔스만이 경질되자 당연히 빌트를 위시한 황색언론들에서는 팀이 반나겔스만파-친나겔스만파로 나뉘어져 있었다니 나겔스만이 선수단의 지지를 잃었다니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어쨌든 5년이라는 유례없는 장기계약을 받은 나겔스만의 다사다난했던 뮌헨 생활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후임 감독은 첼시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

 

 

18. 토마스 투헬 시대 와 현재

 

나겔스만의 경질 타이밍에는 대다수의 팬들이 불만을 가졌지만, 후임으로 투헬이 온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팬들은 몇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헬은 이미 첼시에서 중도 부임해 챔스 우승을 이끈 적이 있는 만큼, 이 상황에 꼭 필요한 감독이었다. 사실 투헬이라는 매물이 없었으면 나겔스만은 경질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검증된 매물이 시장에 나와있었고, 나겔스만의 성적도 시원찮으니 겸사겸사 잘라버렸다는 게 정론이다. 허나 아무리 투헬이라도 첫 경기가 도르트문트전이고 단 2주 후에 맨시티를 상대해야 하는 압도적인 임무가 코앞에 있으면 어렵게 느낄 것이다.

일단 투헬은 부임하자마자 나겔스만이 애용하던 스리백을 폐기하고 다시 포백으로 회귀하여 데뷔전에서 도르트문트를 4대2로 격침, 자신의 뮌헨 생활을 산뜻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열린 프라이부르크와의 포칼 경기에서는 1대2로 충격패를 당하며 포칼 8강에서 탈락해버렸다. 트레블 희망을 살리려고 부임한 감독이었는데 데뷔 두 경기 만에 한 대회를 날려먹은 것이다. 물론 경기 자체는 뮌헨이 계속 주도했고 프라이부르크에게 운이 상당히 따른 결과이긴 했으나, 바쁜 일정을 앞둔 팀에게 이런 불상사가 좋게 다가올 리 없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맨시티 원정에서 0대3으로 완패했고, 홈 2차전에서는 몰아붙였으나 결정력 부족으로 1대1 무승부에 그치며 8강에서 탈락했다. 게다가 분데스리가에서도 부진하며 선두를 도르트문트에게 내주는 참사까지 발생했다.